기다림 / 이영수
내 어릴적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저녁 교회당 뒤로 함박눈이
펑펑 내렸네
서툰 활자에 온 정성
또박또박 그려
두근거림을 눈처럼 흩뿌렸네
답장을 담은 우체부
기다리다
기다리다
낮은 돌담
반쯤 열린 사립문 사이로
스쳐 올라갔다
이내 사라지는 빨간 가방을
부를까 말까
조마조마 하는데
어느새 날은 어두워
엽서처럼 흰눈이 새하얀,
달빛 수북한 빈 마당은
무척이나 넓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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